4시간 동안 한번도 앉지 않고, 멈추지 않고 걸었다. 누가 부여해준 벌도 아니었고 돈으로 환산되는 노동도 아니었다. 그런데 걸었다. 산을 넘고 성곽을 더듬으면서 사찰로 내려왔다. 걸음 하나마다에 의미 없음과 덧 없음을 되뇌이면서, 그러면서도 산다는 일은 신나고 재미 있음을. 아니 그저 그렇다 하더라도 중도 포기할 수 없는 일임을 확인하면서 발을 들어 옮기는 것이다. 무수히 만나는 사람들은 눈 흘김으로 훔쳐보면서 저 사람들은 이 산에 왜 왔을지 아주 순식간에 생각해 보고 놓아 준다. 아주 영원히. 그런데 생각에서 놓여 나고 싶어도 놓여날 수 없는 의식의 그림자. 이 깊은 산중까지 어떻게 따라 올라 올 수 있는지? 내려오는 바윗 계곡은 가장 걷기 싫은 길이지만 이 길을 그치지 않으면, 삶의 공간으로 돌아갈 수 없기에. 아주 싫어 아주 빠른 걸음으로 온 사지를 흔들며 쫓아 내려온다. 그토록 오랜 세월 속에서도 꾿꾿히 버티어 왔을 바위 덩어리의 침묵! 내가 얼마나 가소로울고!
'대지와 인문의 느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담장의 아름다움 (0) | 2006.03.26 |
---|---|
[스크랩] 아무리 세상이 힘들다해도 (0) | 2006.01.25 |
어느 겨울 (0) | 2006.01.19 |
[스크랩] 시공을 초월하여 (0) | 2006.01.14 |
즐기는 삶 (0) | 2005.06.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