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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올림픽> 한국 빙속 급상승 비결 '퓨전의 힘'

daseut 2010. 2. 18. 08:54
뉴스: <올림픽> 한국 빙속 급상승 비결 '퓨전의 힘'
출처: 연합뉴스 2010.02.18 08:53
출처 : 스포츠일반2
글쓴이 : 연합뉴스 원글보기
메모 : (밴쿠버=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 '쇼트트랙의 강점을 스피드스케이팅에 이식하라'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에서 금메달 2개와 은메달 1개를 앞세워 역대 최초로 남녀 500m를 모두 휩쓴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이 이번 대회 최고의 화두로 떠올랐다.

지난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에서 이강석(의정부시청)이 동메달 1개를 따내는데 그쳤던 대표팀은 4년 만에 단거리와 장거리 종목에 걸쳐 골고루 메달을 확보하면서 명실상부한 스피드스케이팅 강국으로 발돋움했다.

그렇다면 무엇이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힘을 키웠을까. 대한빙상경기연맹은 '퓨전의 힘'과 꾸준한 투자를 손꼽았다.

◇이종교배 '최고의 팀을 만들다'
한국은 그동안 '동계올림픽 메달=쇼트트랙'이라는 공식이 생겼을 정도로 스피드스케이팅에서는 별다른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1992년 알베르빌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000m에서 김윤만이 은메달을 따면서 역사적 쾌거를 달성한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은 그 후로 14년 만에 이강석이 2006년 토리노 대회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면서 힘겹게 사상 두 번째 메달을 확보했다.

이강석이 동계올림픽 동메달을 따낼 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는 쇼트트랙 훈련을 스피드스케이팅에 접목한 소위 '퓨전 훈련'이었다는 게 빙상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스피드스케이팅에 쇼트트랙이 처음 접목된 것은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스피드스케이팅 단거리 종목은 초반 100m 이후 첫 코너링에서 누가 더 속도를 줄이지 않고 가속을 하느냐에 승부가 결정된다.

자칫 코너에서 속도를 너무 내면 원심력을 견디지 못해 넘어지거나 균형을 잡으려고 감속을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0.01초 차로 승부가 갈릴 수 있는 상황에서 누가 코너링에 강하냐는 곧바로 메달의 색깔이 달라지는 만큼 경기의 대부분이 코너링으로 이뤄진 쇼트트랙과 접목은 어쩌면 필연적일 수밖에 없었다.

이번 동계올림픽에 참가한 스피드스케이팅 대표선수들도 지난해 여름 태릉선수촌 빙상장에서 쇼트트랙 스케이트화를 신고 코너링 훈련에 집중해왔다.

특히 쇼트트랙에서 스피드스케이트로 전향해 5,000m 은메달을 따낸 이승훈(한국체대)은 아예 쇼트트랙 선수들과 쇼트트랙 훈련장에서 함께 훈련하며 지구력과 코너링 능력을 끌어올렸을 정도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은 모태범이상화(이상 한국체대)이 밴쿠버 동계올림픽 남녀 500m 금메달을 모두 휩쓸면서 '하이브리드 훈련'의 절정을 맛봤다.

특히 이번 동계올림픽 남자 500m에서 은메달을 따낸 나가시마 게이치로(일본)도 지난해 한국에서 쇼트트랙 훈련을 하고 갔다.

◇겁없는 신세대들의 오기와 투지
여자 500m 금메달리스트 이상화의 훈련 파트너는 남자 단거리 선수들이다. 현재 대표팀에서 이상화와 함께 레이스를 펼쳐줄 여자 선수가 없어서 코칭스태프는 남자 단거리 훈련에 이상화를 포함했다.

덕분에 이상화는 남자 선수들을 쫓아가면서 힘이 넘치는 레이스 요령을 배워 예니 볼프(독일)나 왕베이싱(중국) 등 경쟁자들에 뒤지지 않는 실력을 갖추게 됐다.

남자 선수를 잡아보겠다는 이상화의 오기와 잡힐 수 없다는 남자 선수들의 자존심이 소리 없이 신세대 메달리스트들의 기량을 향상시켰다는 게 대표팀 코칭스태프의 귀띔이다.

특히 이상화를 비롯해 모태범, 이승훈은 모두 한국체대 2007년 입학 동기여서 힘든 훈련에도 서로 힘이 돼 줬다.

더구나 이들 신세대 선수들은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에서 떨거나 위축되지 않았다.
주눅이 들어 평소 실력조차 발휘못하던 예전 세대와 달리 이들은 큰 무대가 주는 긴장감과 압박을 즐겼다.

알아주지 않는다고 실망해서 쪼그라드는게 아니라 "한번 해보자"는 오기도 이들 신세대의 큰 무기가 됐다.

◇강압을 벗고 자율을 입다
김관규(용인시청) 감독은 지난 2004년 대표팀을 맡으면서 팀 분위기 쇄신에 앞장섰다.
스피드스케이팅은 입에서 '악! 소리'가 나올 정도로 체력을 쌓기 위한 힘겨운 지상훈련을 견뎌내야 한다.

하지만 지도자와 선수 사이에 강압적인 분위기가 형성되면 훈련의 성과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김관규 감독의 지론이다.

이에 따라 김 감독은 지휘봉을 잡자마자 선수에게 자율성을 주면서 훈련의 효과를 높이는 데 주력했다. 더불어 선수의 특성에 맞게 운동량을 정해주는 '1대1 맞춤훈련'도 도입했다.

예전처럼 오직 승리를 향해 고되고 강압적인 훈련만 하던 분위기를 탈피해 선수들의 컨디션과 분위기를 맞춰주면서 스스로 노력하게 만들어줬던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는 게 김 감독의 설명이다.

시행 초기 주변에서 너무 부드럽게 선수를 대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지만 감독의 위신보다 선수의 성적을 중요시하면서 지도 철학을 지켜나갔다.

더불어 30대가 훨씬 넘은 나이에도 철저한 자기 관리로 월드컵 시리즈에서 뛰어난 실력을 보여준 '맏형' 이규혁을 비롯해 막내 선수까지 눈에 보이지 않는 선의의 경쟁도 대표팀 실력 향상에 밑거름이 됐다.

김 감독은 "후배도 대선배를 이길 수 있고, 선배 역시 후배에게 질 수 없다는 경쟁심리가 지금의 성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빙상연맹-삼성의 전폭 투자
빙상연맹은 지난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이후 메달 다변화를 꾀하면서 '2010 밴쿠버 프로젝트'를 가동해 스피드스케이팅과 피겨스케이팅의 실력 향상에 박차를 가했다.

특히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은 빙상연맹의 투자 속에 지난해 동계올림픽 개최국인 캐나다 캘거리와 밴쿠버로 이동하면서 일찌감치 현지적응과 더불어 빙질 적응에 만전을 기했다.

더불어 과학적인 기법으로 선수들의 체력을 관리하고 올림픽이 치러질 경기장의 빙질과 실내온도까지 분석하는 작업을 펼쳤다. 모태범과 이승훈은 메달을 따내고 나서 "나에게 딱 맞는 빙질"이었다라고 표현했을 만큼 적응력의 효과를 봤다.

빙속대표팀은 이번 동계올림픽에 사상 처음으로 2명의 스케이트화 정비 전문가도 데려왔다.
2006년 토리노동계올림픽 쇼트트랙 금메달을 땄던 오세종과 김동민 씨는 전지훈련 때부터 선수들과 함께 하며 빙질에 맞게 날을 갈아 최상의 속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빙상연맹을 지원하는 삼성그룹도 지난 14년 동안 후원사로서 꾸준히 금전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지금까지 100억원이 넘는 지원금을 빙상연맹에 제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