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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부산영화제 결산‥외화내빈·본말전도 경계해야

daseut 2007. 10. 13. 13:16
뉴스: 부산영화제 결산‥외화내빈·본말전도 경계해야
출처: 뉴시스 2007.10.11 15:17
출처 : 영화
글쓴이 : 뉴시스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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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뉴시스】

제12회 부산국제영화제가 9일간의 장정을 마감한다.

12일 폐막하는 부산영화제에는 64개국 영화 275편이 출품됐다. 아시아 최대규모 영화제라는 사실을 거듭 확인했다. 그러나 곳곳에서 빚어진 돌발사고 등 매끄럽지 못한 진행은 영화제의 명성에 흠을 남겼다.

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4일 저녁 수영만 요트경기장 야외무대에서 열린 개막식에는 수많은 영화인들과 관객 6000여명이 운집했다.

‘중천’의 김태희, ‘칠검’의 김소연 등 한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던 스타들을 비롯, 유인촌 박중훈 지진희 김주혁 설경구 다니엘헤니 김수로 감우성 김강우 홍석천 오지호 정일우 강성연 엄정화 김지수 박시연 수애 엄지원 도지원 최강희 이하나 현영 박진희 박솔미 최정원 윤은혜 허이재 김옥빈 유진 공효진 소이, 임권택 감독, 곽경택 감독, 이창동 감독, 정일성 촬영감독, 앙드레김, 개그맨 김현숙, 폴커 슐뢴도르프 감독, 크리스천 문주 감독, 영화음악가 엔니오 모리코네, 재미스타 대니얼 대 김, 그리고 영화배우 범문방과 장한위 등 국내외 인사 150여명이 참석했다.

하지만 외국 영화인들과 몇몇 국내 영화인을 제외하고는 개막 작품이 상영도 되기 전에 얼굴을 찌푸린 채 속속 자리를 떠 영화팬들을 실망시켰다. “레드카펫에만 관심을 보인다”는 비난을 자초하기도 했다. 개막식 이후 행사들 역시 영화인들의 바쁜 스케줄에 맞춘 듯 영화제 초반부로만 집중돼 뒤로 갈수록 분위기는 가라 앉았다. 영화제 관계자는 “폐막식에서는 유명한 사람들을 좀처럼 볼 수 없을 정도로 참석인원이 적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올해 영화제는 개·폐막작부터 화려했다. 중국의 거장 펑 샤오강의 중국판 블록버스터 ‘집결호’와 TV시리즈로 방송 당시 일본 전역을 들썩이게 한 애니메이션 ‘에반게리온 신극장판-서(序)’는 영화제 개막 전부터 마니아층의 기대를 모았다.

초청영화 편수도 1996년 1회 영화제의 배에 달했다. 월드프리미어 66편, 인터내셔널 프리미어 26편, 아시아프리미어 101편에 이르렀다.

영화제 내내 궂은 날씨 속에서도 편의점 등 부산 전역에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예매시스템 덕에 지난해보다 1만5000명이 늘어난 19만여명이 영화를 관람하기 위해 줄을 섰다.

하지만 행사 운영은 미숙했고, 현장 진행은 안일했다.

문제는 개막식에서부터 불거졌다. 세찬 비가 내리는 데도 불구, 행사에 참가한 세계 영화음악 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인 엔니오 모리코네를 홀대하는 중대한 실수를 범했다. 행사 입장 전에는 통역하나 없이 복도에서 서성였고, 레드카펫에서는 빨리 걸어 들어가라는 재촉까지 받았다. 결국 모리코네는 의전 소홀 등에 대한 불만으로 개막 파티에 불참, 그대로 부산을 떠나 출국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영화제 측은 “고령에 따른 피로감과 당초 예정된 일정에 따랐을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국제적인 거장을 알아보지도 못한 영화제라는 오명을 씻을 수 없게 됐다.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와 권영길(민주노동당), 정동영(대통합민주신당) 등 경선후보의 행사 참석도 애초 영화제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았다.

행사장에 배치된 자원봉사자들도 도마 위에 올랐다. 자원봉사자라는 신분이 무색하게 시급 1000원을 받으면서도 제 할 일을 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았다. 현장 정리 등을 외면한 채 구석에 숨어 담배를 피우는 자원봉사자들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어느 관람객은 “차라리 영화지식이 있고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보수를 주고 일을 시키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될 것 같다”며 어이없어 했다.

강동원과 이명세 감독이 ‘형사-듀얼리스트’ 이후 두 번째로 만난 영화 ‘M’의 기자회견장에서도 소동이 벌어졌다. 협소한 장소 문제로 행사요원과 취재진 사이에 고성이 오가는 등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아시안필름마켓(AFM)의 하나로 열린 ‘스타서밋아시아’ 커튼콜 회견장에서는 유명 아시아 영화인들이 푸대접을 받기도 했다.

행사에 참여한 배우들 중 스포트라이트는 국내배우인 조인성과 임수정에게로만 집중됐고, 취재진의 질문 역시 두 배우에게만 쏟아졌다.

지난해 미국 주간 ‘피플’ 이 선정한 가장 섹시한 남자 1위에 오는 한국계 할리우드 배우 존 조, ‘데스노트’의 일본배우 후지와라 타쯔야 등은 가뜩이나 없는 질문에 어설픈 통역, 투박한 행사 진행, 그리고 ‘자신이 왜 사랑받는다고 생각하느냐’따위의 무지한 질문에 당혹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유독 많이 내린 비는 각종 야외행사들을 취소케 만들었다. 해운대 PIFF빌리지 빈폴 애비뉴에서 열리기로 돼있던 홍콩스타 양자경과 관객과의 만남이 급격한 날씨변화로 무산됐다. 영화제 홈페이지를 통해 행사 취소를 공지한 사무국은 “비가 오는 날씨에 야외무대에서 양자경의 행사를 진행할 수 없었다”며 “실내장소로 변경하려 했으나 스케줄 상의 이유로 부득이 행사를 취소하게 됐다”고 전했다.

영화제의 상징 격인 PIFF빌리지 파빌리온은 빗물이 새는 등의 문제로 행사 중간 보수공사를 해야 했다. 쉬거나 인터뷰를 진행하기 위해 들른 숱한 국내외 게스트와 취재진, 관람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후원사의 노골적 광고도 빈축을 사기에 충분했다. 영화제 현장의 '빈폴' 로고는 어지러울 정도로 많았다. 영화제 사상 최대액이자 후원금 총액의 3분의 1인 10억원을 후원한 업체다. 행사장 중앙에 위치한 ‘빈폴 애비뉴’를 포함, 파빌리온의 메인 간판 등 곳곳을 자사 로고로 도배하다시피 했다. 부산을 찾은 외국관객들이 ‘부산영화제’가 아니라 ‘빈폴영화제’로 착각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이들도 있었다.

미국의 영화산업지 ‘버라이어티’는 11일 부산영화제와 아시아 최대영화제 자리를 놓고 경합해온 일본 도쿄국제영화제가 2008년부터 개막 시기를 9월로 변경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도쿄영화제가 부산영화제보다 한달 앞서 개최될 경우 월드프리미어와 인터내셔널 프리미어 등 최초로 공개되는 작품들을 빼앗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관련사진 있음>

이승영기자 sylee@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