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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 향기도 대기오염

daseut 2005. 11. 26. 09:41
초콜릿 향기도 대기오염?

【시카고=AP/뉴시스】

'대기오염 아니면 행인들의 입에 군침이 돌게 한 죄?'

미 환경보호청(EPA)은 24일(현지시간) 시카고의 블로머초콜릿(Blommer Chocolate Co.)이 대기관련법규를 위반했다며 해당 회사측에 냄새 배출을 억제할 수 있는 설비를 설치하고 더이상 초콜릿 냄새를 공장 밖으로 내보내지 말라고 명령했다.

EPA는 이어 최근 조사 결과 블로머 공장에서 나오는 고농축의 배출 가스가 어린이와 노인의 심장과 폐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이런 이유로 일부 주민들도 민원을 제기했다고 전했다.

EPA의 결정에 따라 블로머초콜릿의 릭 블로머 부사장은 이날 "대기 오염 감축설비를 즉시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블로머 일가가 대를 이어 66년간 경영해온 초콜릿 공장에서 더이상 초콜릿 향기가 흘러나오지 않을 것이란 사실에 상당수 시카고 주민들은 안타까움을 표했다.

시카고에 본부를 둔 향취처리 연구재단의 책임자이자 향기 연구가인 앨런 허쉬는 블로머 공장에서 나오던 코코아 원두의 진한 향기가 이제 시카고에서 사라지게 됐다며 시카고가 쓰디쓴 손실을 입었다고 강조했다.

허쉬는 또 "악취가 사람을 공격적으로 만드는 것과는 반대로 초콜릿 향기는 사람을 편안한 상태로 만들어준다"며 블로머 공장의 초콜릿 향기는 시카고 주민들에게 주어진 하나의 혜택이었다고 전했다.

출퇴근 때마다 블로머 공장 앞을 지난다는 이 지역 주민 마리아 네그론(48)은 초콜릿 향기를 매우 좋아한다며 "어느 누가 초콜릿 향기를 싫어하겠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엄성원기자 swum@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