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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주목, 이사람] ‘레드카펫 여왕’ 탄생시키는 패션디자이너 강나영·강민조 부부

daseut 2011. 10. 19. 09:42
[주목, 이사람] ‘레드카펫 여왕’ 탄생시키는 패션디자이너 강나영·강민조 부부
http://newslink.media.daum.net/news/20111019044205088

출처 :  [미디어다음] 문화생활 
글쓴이 : 세계일보 원글보기
메모 : "유명 브랜드와 경쟁하려면 어머니의 마음으로 옷을 만드는 길뿐"

[세계일보]매년 부산 국제영화제가 시작되면 여우주연상 못지않게 레드카펫의 여왕이 누가 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국내뿐 아니라 아시아 매스컴과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만큼 레드카펫의 주인공이 되기 위한 여배우들의 투자와 노력은 영화 한 편 찍는 데 비견할 만하다. 이런 레드카펫의 여왕을 탄생시키는 영화제의 숨은 '감독'은 바로 디자이너다.

올해 성유리, 박예진, 김규리, 조여정, 홍수아 등 12명의 배우가 선택한 드레스는 '맥앤로건(MAC & LOGAN)'. 이름만 들으면 외국 브랜드 같지만 강나영(맥), 강민조(로건) 우리나라 부부 디자이너가 만든 토종 브랜드다. 해외 브랜드 일색이던 레드카펫에 국내 디자이너 드레스의 비중이 높아지는 것은 국제무대에서 한국 영화의 위상이 높아지는 것처럼 반갑다.

이 부부는 지난주 대구에서 열린 아시아패션연합총회(AFF)에서도 국내 대표로 선정돼 축하 패션쇼를 여는 등 어느 때보다 바쁜 시간을 보냈다. 지난 11일 청담동 맥앤로건 샵에서 유쾌한 부부 디자이너와 마주 앉았다.





프랑스에서 같은 오트 쿠튀르에서 일하며 10년 가까이 알고 지내다가 결혼했다는 맥앤로건의 부부 디자이너 맥(강나영·오른쪽)과 로건(강민조)은 "아직도 아는 사이 같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이제원 기자

#레드카펫의 여우 주연 만드는 부부 디자이너


"부산 국제영화제 때문에 30벌 정도 만든 것 같아요. 올해는 한쪽 다리 선을 드러내는 트임과, 앞모습은 단아한데 뒷모습은 과감하게 노출한 반전 드레스가 인기였던 것 같아요."(맥)

자기 재산이 얼마인지 잘 모르면 부자라는데 이 부부는 그동안 각종 영화제에 몇 명이나 자신들의 드레스를 입었는지 모른다고 한다. 2008년 12월 브래드 론칭 후 배우 문근영이 그들의 드레스를 입고 그 해 SBS 연기대상을 받으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2009년 부산 국제영화제에 17명의 여배우가 약속이라도 한 듯 맥앤로건 드레스를 입고 나타났고, 이후 레드카펫과 시상식 전 맥앤로건 의상실 전화는 불이 난다.

지난해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뽑힌 김연아가 기념행사에서 입은 블랙 미니드레스도 이들의 작품이다.

"영광스럽고 기쁜 순간이라 화려하게 입고 싶었을 텐데 김연아 선수는 당시 천안함 사태로 인한 애도 분위기를 고려해 심플한 블랙 드레스로 자신의 이미지만 드러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청하더군요."(로건)

맥앤로건의 드레스는 러플(물결 모양으로 만든 주름 장식)과 드레이핑(입체 재단) 기법을 살려 한 송이 꽃을 연상시키는 우아하고 여성스러운 디자인이 특징이다. 한국 전통방식으로 짜낸 명주 원단을 많이 써 동서양의 아름다움이 공존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패션협회가 AFF에서 맥앤로건을 국내 디자이너 대표로 선정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일부러 한국 원단을 고집한 게 아니라 중국, 일본, 유럽 원단을 다 써봤는데 우리 원단이 가장 과학적이고 정확했어요. 여인들이 베틀을 짜는 폭인 32∼33인치가 딱 우리나라 여성들의 어깨폭 재단으로 나오거든요. 드레이프만 잘 이용하면 버려지는 부분이 없죠."(맥)

동서양의 공존이라는 테마도 의도한 바는 아니었다. 서양문물이 스며들기 시작한 근대화 시대에 태어나 보고 자란 것이 그대로 디자인에 녹아들었을 뿐이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한 손에는 양산을 들고, 한 손은 치마 뒷자락을 여미고 대문을 나서던 할머니 모습에서 가장 큰 영감을 받은 것 같습니다. 치켜 올라간 치마 뒷자락 사이로 버선이 보일 듯 말 듯한 그 이미지를 드레이프나 트임에 적용했고요."(로건)

그런데 프랑스 오트 쿠튀르(최고급 의상점)에서 경력을 쌓고 돌아온 부부는 왜 국내에서 불모지나 다름없고, 기성복에 비해 수요도 적은 드레스를 선택했을까.

"귀국해 보니 국내 레드카펫 드레스는 거의 외국 브랜드 작품이더군요. 그래서 오히려 블루오션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패션쇼는 한정된 공간에서 오로지 빛으로만 옷을 돋보이게 하지만, 레드카펫에서는 모델이 갖지 못한 여배우의 드라마틱한 표정과 여유, 옷 끝자락까지 표현하는 연기력, 그날 야외 컨디션에 따른 예상치 못한 바람, 빛 등이 우리도 생각 못한 새로운 디자인을 탄생시키는 것도 아주 매력적이죠."(맥)

레드카펫 행사가 끝나면 해외 유학생들의 전화가 빗발친다. 여배우들이 입은 드레스를 보고 졸업파티에 입고 갈 드레스를 주문하기 위해서다. 최근에는 파티 복장 코드로 드레스를 정하거나 가족 행사에 드레스를 입는 사람들의 수요도 크게 늘었다고 한다.





제16회 부산 국제영화제 레드카펫에서 맥앤로건 드레스를 입은 여배우들. 홍수아(왼쪽), 성유리.

#한국의 하우스 쿠튀르를 지향한다


최근 부부 디자이너 전성시대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스티브J & 요니P(정혁서 배승연), 앤디 앤 뎁(김석원 윤원정) 등 부부 디자이너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두 사람은 프랑스의 오트 쿠튀르에서 '좁은 복도를 오가며 어깨 부딪치다가 사랑에 빠졌다'고 한다. 집에서, 일터에서 온종일 함께 지내는 부부의 일상은 어떨까.

"종일 같이 있으면 지겹지 않냐고들 묻는데 사실 각자 작업하는 시간이 많다 보니 제일 가깝게 붙어 있는 시간은 출퇴근할 때예요. 일 때문에 싸울 때는 정말 험하게 싸웁니다. 그리고 일이 끝나면 다시 깔깔 웃고 잊어버려서 직원들이 보기엔 미친 사람들 같을 거예요. 하하"(맥)

일에 있어서는 한치의 양보도 없지만 서로에 대한 존경심은 남다르다. 부부가 함께 브랜드를 낸 것도 서로에 대한 깊은 신뢰와 존경 때문이었다.

"맥은 케냐, 저는 리제로 각각 아프리카 여행을 떠났는데 신기하게도 둘 다 흙먼지 날리는 시장통에서 한 어머니가 쭈그리고 앉아 아이 옷을 정성스럽게 꿰매 주는 모습을 마음에 담아 왔어요. 그것 역시 오트 쿠튀르다. 우리가 200, 300년 된 브랜드와 차별화하는 길은 정직하고 정성스러운 어머니의 마음으로 옷을 만드는 길뿐이라고 생각했죠."(로건)

옷에서 본드칠(심지)을 많이 빼고 옷감이 숨을 쉬게 하는 것, 완벽하게 기계로 재단되어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사람 냄새가 나는 옷, 그래서 옷을 입는 사람도 편안한 옷을 만드는 것이 부부의 디자인 철학이다.

"우리가 궁극적으로 추구한 것은 하우스 쿠튀르입니다. 아버지와 어머니, 그 딸과 아들, 손주까지 모두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들어 일가족과 인연을 맺는 것이죠."(로건)

그동안 드레스에 집중해온 맥앤로건은 앞으로 여성 기성복 라인을 강화시키는 한편 이달 중 맞춤 남성복 라인을 선보일 예정이다.

할리우드로부터 여러 차례 러브콜도 받았고 해외 레드카펫에서 맥앤로건 드레스가 빛나는 모습도 하루 빨리 보고 싶지만 해외 진출은 내실을 더 다진 뒤 시도한다는 계획이다.

김수미 기자 leol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