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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김혜수

daseut 2008. 9. 30. 09:20
뉴스: 김혜수
출처: 한국일보 2008.09.30 09:20
출처 : 영화
글쓴이 : 한국일보 원글보기
메모 : '모던보이'
"섹스 어필한 이미지 배우로선 한계" "다양한 연기를 하고 싶다"
김혜수를 놓고 육감적인 배우라는 데에 동의하지 않을 이는 없다. 심하게는, 연기는 기대 않는다는 평가마저 있다. 중요한 영화제 시상식 때마다 아찔한 의상으로 몸매를 드러내는 것을 보면 김혜수 자신도 이러한 이미지에 당당한 것 같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모던 보이' 개봉을 앞두고 만난 그는 의외의 속내를 털어놓았다.

"대중의 선입견을 깨기는 참 어려워요. 업계의 선입견은 더 심각하죠. 건강하고 밝다는 이미지 때문에 1990년대에는 질리도록 로맨틱 코미디만 했어요. 2000년대 들어서야 영화의 폭이 좀 넓어졌는데 그래도 여전히 안 해 본 역할이 많아요.

제발 다른 연기를 해보고 싶어요.사실 제가 영화에서 섹스 어필한 연기를 했던 것도 아니잖아요. 순전히 시상식 드레스 이미지 때문인데 말이죠."

-그런 이미지에 스스로 개의치 않았던 것 아닌가요?

"다 막힌 드레스 입으면 되지 않느냐는 거죠? 처음엔 신경 쓰지 않았어요. 그게(과감한 드레스가) 그렇게 대단한 일이야, 왜 이렇게 난리야, 그랬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기자로서 발목을 잡혔다는 건가요?

"불만이 많았죠. 모른 척하려고 했지만 배우로선 너무 큰 한계가 되었으니까요. 그때는 제가 연기를 그렇게 오래 할지 몰랐어요."

-사실상 영화에서 노출하기 시작한 건 오히려 최근 들어서인데(김혜수가 영화 속에서 과감한 노출을 시작한 것은 2003년 '얼굴 없는 미녀'부터다. '모던 보이'에서는 뒷모습 누드가 살짝 나온다).

"시간이 좀 지나면서 (벗지 않겠다고) 한계를 지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배우란 결국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는 일이니까요. 노출이 자연스러운 상황에서는 해야죠."

-그런데 미안하지만, 흥행 배우라고 할 수는 없잖아요?

"미안하긴요. 그래도 '닥터 봉'이랑 '타짜'는 잘 됐고, 망하지 않은 영화들은 더러 있어요. 흥행이 안 되면 빚을 진 느낌이 들죠. 그런데 제가 워낙 흥행 감각이 둔해요. 그냥 최선을 다해 연기할 뿐이고, 흥행이 되면 보너스라고 생각하죠."

-그래도 영화계에서 계속 찾아주는군요.

"이제 그만 할까요?"(웃음)
-연기자로서 벌써 22년인데 언제가 가장 힘들었나요?

"20대 처음부터 20대 끝까지요. 10대 때는 신기해 하면서 흥분된 에너지를 즐겼어요. 20대에는 잠잘 시간이 없을 만큼 일을 많이 하면서 마음 속이 텅 빈 것 같고 불안했어요. 새벽이면 쫓기듯이 책과 잡지를 쌓아두고 제목만 훑어보거나, 음악을 찾아 듣곤 했죠. 사생활과 연기생활을 강박적으로 분리하느라 힘들었고요."

-결혼 생각은 없나요?

"독신주의자는 아니고 결혼에 대한 공포도 없어요. 엄마는 대학 1년 때 결혼해 언니를 낳는 바람에 자퇴를 해야 했는데 지금은 자유롭게 인생을 즐기는 걸 보면 부럽기도 해요. 하지만 여전히 결혼에 대해선 구체적인 그림이 안 떠올라요. 끌리는 남자요? 설마 없었겠습니까."

-'모던 보이'의 관람 포인트라면?

"1930년대의 경성을 재현해낸 실력은 고증 전문가들도 완벽하다고 할 정도였어요. 저도 세트야 봤지만 컴퓨터그래픽 입힌 것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한국 영화의 기술이 이처럼 눈부시게 진화했다는 것을 이 영화가 증명해 보일 겁니다."

역사의식 제로 男, 미스테리 女에 꽂히다
[리뷰] 영화 '모던보이'

1930년대 나라를 잃은 식민지 경성에서 조선총독부 1급서기로 일하는 이해명(박해일)과 구락부 댄서로 위장한 독립운동가 조난실(김혜수)의 사랑을 그린 영화. "어렸을 때 꿈이 뭐냐"는 질문에 "일본인이 되는 것"이라고 할 정도로 역사의식이라고는 없는 이해명이 순정에 이끌려 독립운동조직과 얽히고 만다. 해명이 자신을 고문하는 순사에게 "나는 지금 당신보다 테러 박(난실의 남편)이 더 싫어!"라고 외치는 장면처럼 재기발랄한 대목이 있지만, 전반적으로 인물과 관계에 대한 묘사가 너무 단순하고 개연성이 없어 재미가 반감되는 측면도 있다. 짧은 단발머리에 아치형 눈썹을 그려넣은 김혜수, 기모노 의상의 아름다운 색상, 그 시절 남대문과 서울역 주변의 풍경 등 플롯과 직접 관련이 없는 분장과 미술, 컴퓨터그래픽 등은 훌륭하다. 이지형의 원작소설 < 망하거나 죽지 않고 살 수 있겠니 > 가 나온 2000년 정지우 감독이 판권을 확보하고 연출했다. 10월 2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