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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이덕환의 과학세상](131) 가짜 달걀과 알긴산

daseut 2007. 8. 21. 17:51
뉴스: [이덕환의 과학세상](131) 가짜 달걀과 알긴산
출처: 디지털타임스 2007.08.21 08:01
출처 : 중국 화제
글쓴이 : 디지털타임스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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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8월 21일 (화) 08:01   디지털타임스

[이덕환의 과학세상](131) 가짜 달걀과 알긴산


미역 등 갈조류 세포막 구성 천연물질

소화 안된채 배설 특별한 부작용 없어



정말 중국에는 없는 게 없는 모양이다. 이번에는 닭이 아니라 사람이 만든 가짜 달걀이 등장했다고 한다. 하얀 껍질에 흰자위와 노른자위까지 들어있어 껍질이 좀 거친 것을 빼면 온전한 달걀처럼 보인다고 한다.

진짜 달걀 가격의 10분의 1 비용으로 만들 수 있다니 정말 놀라운 일이다. 신문에서는 `화학약품' 덩어리인 가짜 달걀을 먹으면 기억력이 나빠지고 치매에 걸린다고 야단이다.

짝퉁 달걀의 주원료는 `알긴산 나트륨'이라고 한다. 알긴산 나트륨을 물에 풀어 흰자위를 만들고, 노른자위에는 레몬색 식용색소를 첨가하고, 껍질은 탄산칼슘으로 만든다고 한다. 삶거나 프라이를 하면 진짜 달걀과 쉽게 구별이 될 것이 분명한 짝퉁 달걀을 정말 식용으로 쓸 목적으로 유통을 시켰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사실 알긴산 나트륨은 미역이나 다시마와 같은 갈조류(褐藻類)의 세포막을 구성하는 천연 고분자 물질이다. `해초산'(海草酸)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알긴산은 녹말이나 셀룰로즈와 마찬가지로 `다당류'라는 탄수화물의 일종이다. 포도당이 길게 연결되어 녹말이 만들어지는 것처럼, 알긴산은 마누론산과 L-글루론산이라는 단당류 분자 수백개가 연결되어 만들어진다. 알긴산의 구체적인 성분은 해조류의 종류에 따라 다르다.

알긴산은 갈조류를 먹고사는 전복과 같은 연체동물에게는 소중한 영양분이다. 그러나 사람과 같은 포유류는 알긴산을 분해하는 소화 효소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영양분으로는 쓸모가 없다. 우리가 입으로 섭취한 알긴산은 소화되지 않고 그냥 배설되어 버리고 특별한 부작용은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런 이유 때문에 알긴산은 세계적으로 허용된 천연식품 첨가제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결국 가짜 달걀에 대한 언론의 선정적인 표현은 지나친 과장인 셈이다. 그렇다고 알긴산으로 만든 가짜 달걀을 마구 먹어도 된다는 뜻은 물론 아니다.

알긴산 나트륨은 잘게 부순 갈조류를 건조시킨 후 묽은 산이나 염기로 처리해서 얻는다. 흰색이나 연한 황갈색으로 아무 맛이나 냄새가 없는 알긴산 염은 여러 가지 용도로 사용된다. 물을 빠르게 흡수해서 풀처럼 되는 특성 때문에 종이나 섬유 제조에도 사용된다. 방수 섬유나 난연(難燃) 섬유를 만드는 데도 쓰인다.

소화가 되지 않는 알긴산은 다이어트 보조제로도 사용되고, 제산제의 재료로 사용되기도 한다. 알긴산 칼슘은 화상(火傷) 치료용 연고에도 사용된다. 알긴산은 체내에 있는 중금속과 잘 결합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서 중금속에 중독된 환자의 혈액에서 중금속을 제거하는 제독제로 사용되기도 한다.

알긴산 나트륨은 치과에서도 많이 사용한다. 알긴산 나트륨 분말에 물을 넣어 만든 풀은 시간이 지나면 석고처럼 비교적 단단하게 굳어버린다. 광물질인 석고보다 생체 적합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손상된 치아를 대체할 인공 치아의 정확한 모양을 알아내는 목적으로 아주 유용하다. 유명 인사의 손이나 발의 모형을 만들 때도 사용된다.

그러나 알긴산 염이 가장 많이 사용되는 곳은 가공식품과 화장품이다. 아이스크림, 잼, 마요네즈, 화장품에 유화제(乳化劑)로 사용된다. 알긴산 염을 넣으면 점성도가 높아져 끈적끈적해지고, 식품이나 화장품의 질감이 개선되어 상품성이 향상된다. 인체에 특별한 부작용도 없고, 현대인들이 좋아하는 `천연물질'이라는 점도 도움이 된다. 물론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지나치면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는 만고불변의 진리는 알긴산에도 분명히 적용된다. 가짜 달걀까지 만들어내는 중국 사람들의 화학 실력을 놀랍다고 해야 할 것인지는 모르겠다.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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