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크루즈, 한물갔으니 일본 아닌 한국도 챙긴다?
http://newslink.media.daum.net/news/20110925081224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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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미디어다음] 연예
글쓴이 : 뉴시스 원글보기
메모 : 【서울=뉴시스】이문원의 문화비평
할리우드 스타 톰 크루즈가 12월 내한 계획을 밝혔다. 자신이 출연한 영화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 홍보 차다.
물론 크루즈의 내한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무려' 5번째다. 1994년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2000년 '미션 임파서블 2', 2001년 '바닐라 스카이' 그리고 2009년 '작전명 발키리'를 홍보하기 위해 내한한 바 있다.
그런데 톰 크루즈의 옛 내한기사들을 살펴보면 재밌는 점이 발견된다. 크루즈의 첫 3번 내한과 지난 2009년 내한상황은 크게 달랐다. 첫 3번은 그야말로 '일본을 들르는 김에' 한국까지 왔다는 인상이 강했다. 대부분 형식적인 태도로만 일정에 임했다. 그러나 2009년 당시엔 크게 달랐다. 갖가지 서비스를 선보이며 한국 미디어와 대중으로부터 '친절한 크루즈씨'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물론 세계 6~7권으로 성장한 한국영화시장에 배려가 남달라진 것이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보다는 당시 톰 크루즈의 상황이 꽤나 절박했기 때문이 크다. 크루즈는 당시 명확한 인기 하강을 겪고 있었다. 2006년 '미션 임파서블 3'는 2편의 3분의 2에 그치는 흥행수익만을 거뒀다. 2차 시장 수익을 합쳐서야 겨우 손익분기를 맞출 수 있었다. 2007년의 '로스트 라이언즈'는 더 심했다. 북미지역에서 겨우 1500만2854달러를 벌어들이는데 그쳤다. 아예 흥행을 생각 안 하고 조연급 출연한 '매그놀리아'만도 못했다. 1983년 '위험한 청춘'으로 스타덤에 오른 이후 25년 간 최악의 흥행 성적이었다.
그 바로 다음이 '작전명 발키리'였다. 실패해선 곤란한 영화였는데, 북미지역에서 8307만7833달러라는 '시시한' 흥행을 거두는데 그쳤다. 믿을 건 이제 해외시장밖에 없었다. 그러니 갑자기 해외를 돌며 '친절한 크루즈씨' 노릇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을 들고 찾아올 12월에도 톰 크루즈는 여전히 '친절한 크루즈씨'일 수밖에 없다. 그 사이 출연한 '나이트 앤 데이'가 또 시시한 성과를 냈기 때문이다. 이번엔 북미지역에서 '작전명 발키리'보다도 떨어지는 7642만3035달러를 벌어들였다. 이제 남은 건 그나마 단 한 번도 북미지역 수익 1억 달러 선, 해외수익 2억5000만 달러 선 이하로 떨어져본 적이 없는 '미션 임파서블' 프랜차이즈밖에 없었다. 크루즈는 홍보에 총력을 기울일 기세다. 사실상 이번에 밀려나면 더 이상 A급 스타로서 설 곳이 없다.
불과 수년 전만 해도, 톰 크루즈는 절대 이런 취급을 받을 입장이 아니었다. 정확히 말해 2005년 정도까지만 해도 크루즈는 사실상 흥행 면에서 세계 최고라 불려도 이상할 게 없었다. 1992년 '어 퓨 굿 맨'부터 1996년 '제리 맥과이어'까지 5편 연속 1억 달러 이상 수익기록을 세우면서 톰 행크스와 함께 흥행 쌍두마차로 불렸다. 1999년 '아이즈 와이드 셧'과 '매그놀리아'로 흥행 면에선 한 발 뒤로 물러섰지만, 대신 '매그놀리아'로 아카데미상 남우조연상 후보에 지명되고 골든글로브상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의미가 있었다.
그리고 다시 2000년 '미션 임파서블 2'부터 2006년 '미션 임파서블 3'까지 7편 연속 1억 달러 이상 수익이란 대기록을 세웠다. 아직까지 그 어느 누구도 깨지 못한 기록이다.(이후 윌 스미스가 타이를 기록하긴 했다.)
그런 그가 어쩌다 '친절한 크루즈씨' 노릇까지 해야 하는 상황으로 전락해버렸을까. 많은 현지 미디어들은 2005년의 '오프라 윈프리 쇼' 사건을 그 분기점으로 해석하고 있다. 당시 톰 크루즈는 여배우 케이트 홈즈와 열애 중이었다. 이태리 로마에서 둘의 데이트 장면이 포착된 이후 처음 갖는 미디어 토크쇼에서 크루즈는 소파 위아래로 겅중겅중 뛰어다니며 사랑에 빠진 행복감을 표현했다.
그러나 이게 문제였다는 것이다. 대중은 톰 크루즈를 대할 때 늘 진중하고 겸손하며 예의바른 청년 이미지를 떠올렸는데, 갑자기 발정 난 강아지마냥 구는 태도에 실망과 염증을 느꼈다는 것. 그 충격이 얼마나 컸던지 크루즈의 행각을 묘사한 '소파에서 뛰기(jumping the couch)'는 그해 미국 비속어 사전에서 '올해의 비속어'로 꼽혔고, '한 개인의 명성을 무너뜨릴 만한 극단적인 행동'을 가리키는 표현으로 굳어버렸다. 그리고 그로부터 크루즈 커리어의 진정한 몰락이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현 시점 크루즈의 몰락은 스타의 사생활 노출과 대(對)미디어 전략의 분수령처럼 여겨지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그럴 수도 있다. 스타가 말 한 마디 잘못했다고 수년씩 커리어에 차질을 빚는 한국 환경에서라면 더더욱 이해가 갈 수도 있다. 그러나 엄밀히 따져보면 이 같은 '소파에서 뛰기' 효과 하나로 톰 크루즈 같은 거물이 삽시간에 무너졌다고 보긴 힘들다.
먼저, 크루즈는 '생각만큼' 대중적 이미지가 좋지는 않은 스타였다는 점이 있다. 그는 21세기 들어 벌써 이혼을 2번이나 했고, 사이언톨로지라는 괴상한 종교를 믿고 있었으며, 극심한 호모포비아라는 얘기까지 돌았다. 미국대중이 '건전한 미국청년'으로 생각하기 어려운 부분이 이미 많았다. 소파에서 한 번 뛰어내렸다고 '충격'까지 받을 이유는 없었다는 것이다.
더 중요한 부분은 바로 통계수치의 오독에 있다. 톰 크루즈의 흥행행진 기록은 2000~2006년 사이 만들어진 게 맞긴 하다. 그러나 그동안 인플레이션이 계속 되는 상황에서 영화입장료도 그만큼 올라있었다. 그러니 크루즈가 5편 연속 1억 달러 이상 흥행기록을 세웠던 1990년대 입장료 기준으로 환산해볼 때, 이미 2001년작 '바닐라 스카이' 정도부턴 1억 달러 신화가 깨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는 것이다. 이후 출연한 '마이너리티 리포트' '라스트 사무라이' '콜래트럴' 등도 마찬가지였다. 1990년대 기준으론 모두 1억 달러에 못 미쳤다.
그러니 상식적으로 볼 때, 톰 크루즈의 몰락은 2005년 이후 갑작스레 진행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1990년대 중반을 정점으로 서서히 하강곡선을 그려왔다고 보는 게 맞다. 그리고 그 하강이 마침내 인플레이션 된 기준으로도 1억 달러에 못 미치는 흥행결과를 낳자 제대로 가시화된 형태라 봐야한다.
여기서부턴 질문을 바꿔봐야 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어째서 톰 크루즈는 그런 흥행하강 곡선을 그려야만 했던 걸까. 겉으로만 보면 이유가 잘 드러나질 않는다. 크루즈 영화는 곧 '퀄리티 영화'로 이미 정평이 나있었다. 1980~90년대부터도 크루즈는 마틴 스콜세지, 배리 레빈슨, 올리버 스톤, 론 하워드, 로브 라이너, 시드니 폴락, 닐 조던, 브라이언 드 팔머 같은 거물급 감독들의 영화에만 출연해왔다. 21세기 들어서도 그런 방향성은 달라진 게 없었다. 스티븐 스필버그, 에드워드 즈윅, 마이클 맨, 로버트 레드포드, 브라이언 싱어, 제임스 맨골드 등의 영화에 출연했다.
'퀄리티 영화'를 표방하는 배우의 흥행력은 생명력이 강하다. 배우를 보고 선택하는 게 아니라 그 배우의 선택을 선택하는 형식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21세기 들어 그가 선택한 영화들은 대부분 좋은 평가를 받아왔다. '마이너리티 리포트' '라스트 사무라이' '콜래트럴' 등은 그해 연말 비평가 베스트 10에도 종종 끼곤 했다. 그런데 왜 갑자기 대중은 크루즈 영화를 멀리하기 시작했느냐는 것이다.
여기서 영화흥행과 흥행스타 사이 기묘한 불문율이 드러나게 된다. 톰 크루즈는, 한 마디로 말해, '나이가 들었기 때문에' 흥행스타 자리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크루즈는 이미 21세기 들어 40대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물론 아담 샌들러나 짐 캐리 같은 코미디 배우들은 40대에 접어들어서도 여전히 안정적인 흥행가도를 달린 바 있긴 하다. 따지고 보면 그보다 심한 예도 은근히 많다. 실베스터 스탤론만 해도 60대에 1억 달러 이상 흥행작 '익스펜더블'을 내놓았다. 그러나 그들과 톰 크루즈는 다르다. 여타 배우들이 '자기 자신'을 파는 역할이라면, 크루즈는 철저히 '자신의 선택'을 팔았던 배우다. 언급했듯 자신이 선택한 영화의 퀄리티로 승부했다. 그러나 이 같은 장점이 40대에 이르러선 오히려 독이 돼버린다는 얘기다.
왜 그럴까. 영화의 퀄리티에 대해 다른 차원으로 해석해볼 필요가 있다. 퀄리티란 영화흥행에 있어 단순히 영화적 완성도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영화의 콘셉트가 지닌 상품적 매력까지도 포괄한다. 그리고 그 매력 있는 콘셉트란, 상업영화라는 상품 속성 내에서, 상당부분 도전적이고 도발적이며 미래지향적인 콘셉트를 의미할 때가 많다.
문제는 그렇게 도전적이고 도발적이며 미래지향적인 콘셉트는, 마찬가지로 도전적이고 도발적이며 미래지향적인 배우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줄이자면, '젊은 배우'다. 역동적이고 대범한 이미지를 요구한다. 여기서 가장 많이 선택되는 게 30대 배우다. 너무 어린 20대 스타들의 경우 아직 인지도와 신뢰도가 떨어져 잘 못 써먹지만, 30대 정도면 영화의 참신한 콘셉트와 상업적 신뢰도 사이 절묘한 타협이 이뤄질 수 있다.
실제로 톰 크루즈가 아직 20~30대였을 당시, 그의 영화는 단순히 완성도만 높은 게 아니라 혁신적이기도 했다. 단 한 번도 대히트를 기록한 적 없던 법정드라마를 상업적으로 풀어낸 '어 퓨 굿 맨', 사상 최대 규모의 뱀파이어 일대기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로맨틱 코미디의 닮아빠진 전형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은 '제리 맥과이어' 등 그 해의 영화적 사건으로 불릴 만한 영화들이 많았다.
그러나 40대로 접어들면서 톰 크루즈는 그런 역할에서 서서히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뛰어난 영화였지만 '새롭다'는 느낌이 드는 건 아니었고, '라스트 사무라이'는 지나치게 안정적인 '아카데미용' 서사극이었으며, '우주전쟁' '로스트 라이언즈' '작전명 발키리' 등도 모두 비슷한 속성을 지니고 있었다. 잘 만들어졌지만, 어딘지 구닥다리 같았다.
1990년대 톰 크루즈가 전매특허처럼 맡아 놓고 있던 자리는 현 시점 '그 다음번 30대 스타들'에게로 넘어가있는 상태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크리스천 베일, 콜린 퍼렐 등에게로 넘어갔다. 단적으로 말해, 이들이 출연한 '인셉션' '다크 나이트' '더 파이터' '인 브루지스' 같은 영화들에 40대 크루즈가 낄 만한 구석은 없었다.
여러 가지 면에서 톰 크루즈는 비슷한 '퀄리티 영화' 배우였던 톰 행크스의 전철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나마 행크스는 커리어 중간 코미디 배우에서 드라마 배우로 이미지 이동이 있었던 탓인지 40대 중반까지도 대충 잘 나갔다. 아카데미상 2회 수상자라는 프리미엄도 있었을 듯싶다. 그러나 그마저도 2004년 '레이디킬러'부턴 여실히 무너져 내렸고, '포레스트 검프' '라이언 일병 구하기'처럼 신선한 콘텐츠의 부름으로부터 크게 멀어진 상태다.
이후 톰 행크스는 힘을 많이 뺐다. '다 빈치 코드'처럼 '누가 나와도 장사가 될 법한' 콘텐츠에 이름값 정도 빌려주는 역할 외에는 '찰리 윌슨의 전쟁'이나 '로맨틱 크라운'처럼 그저 자신이 하고 싶은 영화에만 간간이 출연하고 있다. 그 나머지 시간 동안엔 제작, 감독 등 다른 역할로서 영화산업 내에서 기능하고 있다. 이미 행크스 제작영화 중에선 '나의 그리스식 웨딩' '맘마미아!' '괴물들이 사는 나라' 등 다수의 히트작들이 나온 상태다. 스타로서 인기도는 떨어졌지만, 오히려 이전보다 더 큰 거물로 거듭나고 있는 중이다.
톰 크루즈도 많건 적건 이 같은 방향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크루즈 역시 영화제작에 관심이 있는 건 마찬가지다. 4편의 '미션 임파서블' 외에도 '나크' '섀터드 글래스' '엘리자베스타운' 등 다양한 영화들에 손을 댄 일이 있다. 점점 더 직접출연은 줄이고, 곧 자신의 감독작도 내놓을 수 있다. 그런 식으로 30대 전성기 이후 '제2의 커리어'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물론 그 전까지 일정기간 동안은 '친절한 크루즈씨'로 살아가야 하겠지만 말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이 같은 톰 크루즈의 흥행스타 흥망사는 한국 실정에서도 어느 정도 참고가 된다. 한국엔 '자기 자신'을 팔 수 있는 배우들이 많지 않다. 몇몇 코미디 배우들이 그런 게 가능하지만 그 수가 많지 않다. 차태현 정도를 제외하고 나면 누굴 꼽아야 할지도 애매하다. 그리고 액션스타 같은 고정 장르 배우는 전무하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한 마디로, 모두가 다 톰 크루즈처럼 '퀄리티 영화'를 팔아야 하는 입장이란 얘기다. 결국 크루즈처럼 연령대에 구속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한국은 특이하게도 가장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상업영화들이 40대 배우들의 차지로 돌아가고 있다. 최민식이 42세에 출연한 '올드보이', 송강호가 40세에 출연한 '괴물', 김윤석이 41세에 출연한 '추격자', 김명민이 40세에 출연한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 등이 예다. 20대는 TV스타, 30대 언저리에 영화계 입성, 40대에 영화계 스타라는 희한한 공식이 자리 잡고 있어서다. TV단계를 거의 거치지 않는 미국과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미국의 영화산업과 스타산업이 내놓은 결론 자체는 범세계적인 흐름에 가깝다. 거창한 영화, 도전적인 상업영화일 수록 30대 스타 중심으로 가는 게 가장 효과적이다. 영화의 주류관객층이 20~30대라는 점에 있어서도 그런 연령대 구성이 가장 유리하다. 막상 지난해만 해도 당시 34세였던 원빈이 '아저씨'를 혼자 힘으로 600만 동원까지 이끈 바 있고, 올해 '최종병기 활'의 700만 돌파를 이끄는 배우도 원빈과 같은 나이인 박해일이다. 서서히 40대 스타 중심 상업영화 구도를 10년쯤 아래로 내려 봐야 할 필요가 있다. 어쩌면 근래 영화산업 흥행하강구도는 이전의 특A급 스타들이 그 사이 '늙었기 때문'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지금 40대 스타들은? 벌써 최고 흥행스타인 송강호부터 문제가 생기고 있다. 친분이 강한 스타감독들 출연작을 제외하고 나면, 딱히 도전적인 콘텐츠에 어울리질 않는다. 그런 맥락에서 '푸른 소금' 같은 시대착오적 영화까지 선택하게 된 듯하다. 서서히 '흥행'의 중심에선 벗어나고, 대신 관록과 인지도를 통해 콘텐츠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로 이동해야 할 필요가 있다. 안성기가 50대 이후 선택했던 길이다.
어차피 모든 직업군엔 '정점'이 있는 법이고, 그 역할 또한 상황과 환경에 따라 달라지게 마련이다. 그리고 그 판단은 철저히 산업적 입장에서 내려지게 돼있다. 산업적으로 유리한 판단이 궁극적으로 가장 올바른 판단이리라는 확신 하에서다.
그런 점에서, 톰 크루즈가 '친절한 크루즈씨'로서 스타의 마지막 단계를 밟고 있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런 건 비극도 아니고, 안타까운 일조차 아니다. 그는 '다음 단계'로 가고 있는 중이다. 그런 식의 '다음 단계' 비전을 산업 내 여러 지점에서 차곡차곡 쌓아가야만 하는 게 현재 한국대중문화산업이 고민해봐야 할 길이다. 모두의 건투를 빈다.
할리우드 스타 톰 크루즈가 12월 내한 계획을 밝혔다. 자신이 출연한 영화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 홍보 차다.
물론 크루즈의 내한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무려' 5번째다. 1994년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2000년 '미션 임파서블 2', 2001년 '바닐라 스카이' 그리고 2009년 '작전명 발키리'를 홍보하기 위해 내한한 바 있다.
물론 세계 6~7권으로 성장한 한국영화시장에 배려가 남달라진 것이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보다는 당시 톰 크루즈의 상황이 꽤나 절박했기 때문이 크다. 크루즈는 당시 명확한 인기 하강을 겪고 있었다. 2006년 '미션 임파서블 3'는 2편의 3분의 2에 그치는 흥행수익만을 거뒀다. 2차 시장 수익을 합쳐서야 겨우 손익분기를 맞출 수 있었다. 2007년의 '로스트 라이언즈'는 더 심했다. 북미지역에서 겨우 1500만2854달러를 벌어들이는데 그쳤다. 아예 흥행을 생각 안 하고 조연급 출연한 '매그놀리아'만도 못했다. 1983년 '위험한 청춘'으로 스타덤에 오른 이후 25년 간 최악의 흥행 성적이었다.
그 바로 다음이 '작전명 발키리'였다. 실패해선 곤란한 영화였는데, 북미지역에서 8307만7833달러라는 '시시한' 흥행을 거두는데 그쳤다. 믿을 건 이제 해외시장밖에 없었다. 그러니 갑자기 해외를 돌며 '친절한 크루즈씨' 노릇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을 들고 찾아올 12월에도 톰 크루즈는 여전히 '친절한 크루즈씨'일 수밖에 없다. 그 사이 출연한 '나이트 앤 데이'가 또 시시한 성과를 냈기 때문이다. 이번엔 북미지역에서 '작전명 발키리'보다도 떨어지는 7642만3035달러를 벌어들였다. 이제 남은 건 그나마 단 한 번도 북미지역 수익 1억 달러 선, 해외수익 2억5000만 달러 선 이하로 떨어져본 적이 없는 '미션 임파서블' 프랜차이즈밖에 없었다. 크루즈는 홍보에 총력을 기울일 기세다. 사실상 이번에 밀려나면 더 이상 A급 스타로서 설 곳이 없다.
불과 수년 전만 해도, 톰 크루즈는 절대 이런 취급을 받을 입장이 아니었다. 정확히 말해 2005년 정도까지만 해도 크루즈는 사실상 흥행 면에서 세계 최고라 불려도 이상할 게 없었다. 1992년 '어 퓨 굿 맨'부터 1996년 '제리 맥과이어'까지 5편 연속 1억 달러 이상 수익기록을 세우면서 톰 행크스와 함께 흥행 쌍두마차로 불렸다. 1999년 '아이즈 와이드 셧'과 '매그놀리아'로 흥행 면에선 한 발 뒤로 물러섰지만, 대신 '매그놀리아'로 아카데미상 남우조연상 후보에 지명되고 골든글로브상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의미가 있었다.
그리고 다시 2000년 '미션 임파서블 2'부터 2006년 '미션 임파서블 3'까지 7편 연속 1억 달러 이상 수익이란 대기록을 세웠다. 아직까지 그 어느 누구도 깨지 못한 기록이다.(이후 윌 스미스가 타이를 기록하긴 했다.)
그런 그가 어쩌다 '친절한 크루즈씨' 노릇까지 해야 하는 상황으로 전락해버렸을까. 많은 현지 미디어들은 2005년의 '오프라 윈프리 쇼' 사건을 그 분기점으로 해석하고 있다. 당시 톰 크루즈는 여배우 케이트 홈즈와 열애 중이었다. 이태리 로마에서 둘의 데이트 장면이 포착된 이후 처음 갖는 미디어 토크쇼에서 크루즈는 소파 위아래로 겅중겅중 뛰어다니며 사랑에 빠진 행복감을 표현했다.
그러나 이게 문제였다는 것이다. 대중은 톰 크루즈를 대할 때 늘 진중하고 겸손하며 예의바른 청년 이미지를 떠올렸는데, 갑자기 발정 난 강아지마냥 구는 태도에 실망과 염증을 느꼈다는 것. 그 충격이 얼마나 컸던지 크루즈의 행각을 묘사한 '소파에서 뛰기(jumping the couch)'는 그해 미국 비속어 사전에서 '올해의 비속어'로 꼽혔고, '한 개인의 명성을 무너뜨릴 만한 극단적인 행동'을 가리키는 표현으로 굳어버렸다. 그리고 그로부터 크루즈 커리어의 진정한 몰락이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현 시점 크루즈의 몰락은 스타의 사생활 노출과 대(對)미디어 전략의 분수령처럼 여겨지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그럴 수도 있다. 스타가 말 한 마디 잘못했다고 수년씩 커리어에 차질을 빚는 한국 환경에서라면 더더욱 이해가 갈 수도 있다. 그러나 엄밀히 따져보면 이 같은 '소파에서 뛰기' 효과 하나로 톰 크루즈 같은 거물이 삽시간에 무너졌다고 보긴 힘들다.
먼저, 크루즈는 '생각만큼' 대중적 이미지가 좋지는 않은 스타였다는 점이 있다. 그는 21세기 들어 벌써 이혼을 2번이나 했고, 사이언톨로지라는 괴상한 종교를 믿고 있었으며, 극심한 호모포비아라는 얘기까지 돌았다. 미국대중이 '건전한 미국청년'으로 생각하기 어려운 부분이 이미 많았다. 소파에서 한 번 뛰어내렸다고 '충격'까지 받을 이유는 없었다는 것이다.
더 중요한 부분은 바로 통계수치의 오독에 있다. 톰 크루즈의 흥행행진 기록은 2000~2006년 사이 만들어진 게 맞긴 하다. 그러나 그동안 인플레이션이 계속 되는 상황에서 영화입장료도 그만큼 올라있었다. 그러니 크루즈가 5편 연속 1억 달러 이상 흥행기록을 세웠던 1990년대 입장료 기준으로 환산해볼 때, 이미 2001년작 '바닐라 스카이' 정도부턴 1억 달러 신화가 깨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는 것이다. 이후 출연한 '마이너리티 리포트' '라스트 사무라이' '콜래트럴' 등도 마찬가지였다. 1990년대 기준으론 모두 1억 달러에 못 미쳤다.
그러니 상식적으로 볼 때, 톰 크루즈의 몰락은 2005년 이후 갑작스레 진행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1990년대 중반을 정점으로 서서히 하강곡선을 그려왔다고 보는 게 맞다. 그리고 그 하강이 마침내 인플레이션 된 기준으로도 1억 달러에 못 미치는 흥행결과를 낳자 제대로 가시화된 형태라 봐야한다.
여기서부턴 질문을 바꿔봐야 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어째서 톰 크루즈는 그런 흥행하강 곡선을 그려야만 했던 걸까. 겉으로만 보면 이유가 잘 드러나질 않는다. 크루즈 영화는 곧 '퀄리티 영화'로 이미 정평이 나있었다. 1980~90년대부터도 크루즈는 마틴 스콜세지, 배리 레빈슨, 올리버 스톤, 론 하워드, 로브 라이너, 시드니 폴락, 닐 조던, 브라이언 드 팔머 같은 거물급 감독들의 영화에만 출연해왔다. 21세기 들어서도 그런 방향성은 달라진 게 없었다. 스티븐 스필버그, 에드워드 즈윅, 마이클 맨, 로버트 레드포드, 브라이언 싱어, 제임스 맨골드 등의 영화에 출연했다.
'퀄리티 영화'를 표방하는 배우의 흥행력은 생명력이 강하다. 배우를 보고 선택하는 게 아니라 그 배우의 선택을 선택하는 형식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21세기 들어 그가 선택한 영화들은 대부분 좋은 평가를 받아왔다. '마이너리티 리포트' '라스트 사무라이' '콜래트럴' 등은 그해 연말 비평가 베스트 10에도 종종 끼곤 했다. 그런데 왜 갑자기 대중은 크루즈 영화를 멀리하기 시작했느냐는 것이다.
여기서 영화흥행과 흥행스타 사이 기묘한 불문율이 드러나게 된다. 톰 크루즈는, 한 마디로 말해, '나이가 들었기 때문에' 흥행스타 자리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크루즈는 이미 21세기 들어 40대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물론 아담 샌들러나 짐 캐리 같은 코미디 배우들은 40대에 접어들어서도 여전히 안정적인 흥행가도를 달린 바 있긴 하다. 따지고 보면 그보다 심한 예도 은근히 많다. 실베스터 스탤론만 해도 60대에 1억 달러 이상 흥행작 '익스펜더블'을 내놓았다. 그러나 그들과 톰 크루즈는 다르다. 여타 배우들이 '자기 자신'을 파는 역할이라면, 크루즈는 철저히 '자신의 선택'을 팔았던 배우다. 언급했듯 자신이 선택한 영화의 퀄리티로 승부했다. 그러나 이 같은 장점이 40대에 이르러선 오히려 독이 돼버린다는 얘기다.
왜 그럴까. 영화의 퀄리티에 대해 다른 차원으로 해석해볼 필요가 있다. 퀄리티란 영화흥행에 있어 단순히 영화적 완성도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영화의 콘셉트가 지닌 상품적 매력까지도 포괄한다. 그리고 그 매력 있는 콘셉트란, 상업영화라는 상품 속성 내에서, 상당부분 도전적이고 도발적이며 미래지향적인 콘셉트를 의미할 때가 많다.
문제는 그렇게 도전적이고 도발적이며 미래지향적인 콘셉트는, 마찬가지로 도전적이고 도발적이며 미래지향적인 배우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줄이자면, '젊은 배우'다. 역동적이고 대범한 이미지를 요구한다. 여기서 가장 많이 선택되는 게 30대 배우다. 너무 어린 20대 스타들의 경우 아직 인지도와 신뢰도가 떨어져 잘 못 써먹지만, 30대 정도면 영화의 참신한 콘셉트와 상업적 신뢰도 사이 절묘한 타협이 이뤄질 수 있다.
실제로 톰 크루즈가 아직 20~30대였을 당시, 그의 영화는 단순히 완성도만 높은 게 아니라 혁신적이기도 했다. 단 한 번도 대히트를 기록한 적 없던 법정드라마를 상업적으로 풀어낸 '어 퓨 굿 맨', 사상 최대 규모의 뱀파이어 일대기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로맨틱 코미디의 닮아빠진 전형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은 '제리 맥과이어' 등 그 해의 영화적 사건으로 불릴 만한 영화들이 많았다.
그러나 40대로 접어들면서 톰 크루즈는 그런 역할에서 서서히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뛰어난 영화였지만 '새롭다'는 느낌이 드는 건 아니었고, '라스트 사무라이'는 지나치게 안정적인 '아카데미용' 서사극이었으며, '우주전쟁' '로스트 라이언즈' '작전명 발키리' 등도 모두 비슷한 속성을 지니고 있었다. 잘 만들어졌지만, 어딘지 구닥다리 같았다.
1990년대 톰 크루즈가 전매특허처럼 맡아 놓고 있던 자리는 현 시점 '그 다음번 30대 스타들'에게로 넘어가있는 상태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크리스천 베일, 콜린 퍼렐 등에게로 넘어갔다. 단적으로 말해, 이들이 출연한 '인셉션' '다크 나이트' '더 파이터' '인 브루지스' 같은 영화들에 40대 크루즈가 낄 만한 구석은 없었다.
여러 가지 면에서 톰 크루즈는 비슷한 '퀄리티 영화' 배우였던 톰 행크스의 전철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나마 행크스는 커리어 중간 코미디 배우에서 드라마 배우로 이미지 이동이 있었던 탓인지 40대 중반까지도 대충 잘 나갔다. 아카데미상 2회 수상자라는 프리미엄도 있었을 듯싶다. 그러나 그마저도 2004년 '레이디킬러'부턴 여실히 무너져 내렸고, '포레스트 검프' '라이언 일병 구하기'처럼 신선한 콘텐츠의 부름으로부터 크게 멀어진 상태다.
이후 톰 행크스는 힘을 많이 뺐다. '다 빈치 코드'처럼 '누가 나와도 장사가 될 법한' 콘텐츠에 이름값 정도 빌려주는 역할 외에는 '찰리 윌슨의 전쟁'이나 '로맨틱 크라운'처럼 그저 자신이 하고 싶은 영화에만 간간이 출연하고 있다. 그 나머지 시간 동안엔 제작, 감독 등 다른 역할로서 영화산업 내에서 기능하고 있다. 이미 행크스 제작영화 중에선 '나의 그리스식 웨딩' '맘마미아!' '괴물들이 사는 나라' 등 다수의 히트작들이 나온 상태다. 스타로서 인기도는 떨어졌지만, 오히려 이전보다 더 큰 거물로 거듭나고 있는 중이다.
톰 크루즈도 많건 적건 이 같은 방향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크루즈 역시 영화제작에 관심이 있는 건 마찬가지다. 4편의 '미션 임파서블' 외에도 '나크' '섀터드 글래스' '엘리자베스타운' 등 다양한 영화들에 손을 댄 일이 있다. 점점 더 직접출연은 줄이고, 곧 자신의 감독작도 내놓을 수 있다. 그런 식으로 30대 전성기 이후 '제2의 커리어'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물론 그 전까지 일정기간 동안은 '친절한 크루즈씨'로 살아가야 하겠지만 말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이 같은 톰 크루즈의 흥행스타 흥망사는 한국 실정에서도 어느 정도 참고가 된다. 한국엔 '자기 자신'을 팔 수 있는 배우들이 많지 않다. 몇몇 코미디 배우들이 그런 게 가능하지만 그 수가 많지 않다. 차태현 정도를 제외하고 나면 누굴 꼽아야 할지도 애매하다. 그리고 액션스타 같은 고정 장르 배우는 전무하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한 마디로, 모두가 다 톰 크루즈처럼 '퀄리티 영화'를 팔아야 하는 입장이란 얘기다. 결국 크루즈처럼 연령대에 구속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한국은 특이하게도 가장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상업영화들이 40대 배우들의 차지로 돌아가고 있다. 최민식이 42세에 출연한 '올드보이', 송강호가 40세에 출연한 '괴물', 김윤석이 41세에 출연한 '추격자', 김명민이 40세에 출연한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 등이 예다. 20대는 TV스타, 30대 언저리에 영화계 입성, 40대에 영화계 스타라는 희한한 공식이 자리 잡고 있어서다. TV단계를 거의 거치지 않는 미국과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미국의 영화산업과 스타산업이 내놓은 결론 자체는 범세계적인 흐름에 가깝다. 거창한 영화, 도전적인 상업영화일 수록 30대 스타 중심으로 가는 게 가장 효과적이다. 영화의 주류관객층이 20~30대라는 점에 있어서도 그런 연령대 구성이 가장 유리하다. 막상 지난해만 해도 당시 34세였던 원빈이 '아저씨'를 혼자 힘으로 600만 동원까지 이끈 바 있고, 올해 '최종병기 활'의 700만 돌파를 이끄는 배우도 원빈과 같은 나이인 박해일이다. 서서히 40대 스타 중심 상업영화 구도를 10년쯤 아래로 내려 봐야 할 필요가 있다. 어쩌면 근래 영화산업 흥행하강구도는 이전의 특A급 스타들이 그 사이 '늙었기 때문'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지금 40대 스타들은? 벌써 최고 흥행스타인 송강호부터 문제가 생기고 있다. 친분이 강한 스타감독들 출연작을 제외하고 나면, 딱히 도전적인 콘텐츠에 어울리질 않는다. 그런 맥락에서 '푸른 소금' 같은 시대착오적 영화까지 선택하게 된 듯하다. 서서히 '흥행'의 중심에선 벗어나고, 대신 관록과 인지도를 통해 콘텐츠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로 이동해야 할 필요가 있다. 안성기가 50대 이후 선택했던 길이다.
어차피 모든 직업군엔 '정점'이 있는 법이고, 그 역할 또한 상황과 환경에 따라 달라지게 마련이다. 그리고 그 판단은 철저히 산업적 입장에서 내려지게 돼있다. 산업적으로 유리한 판단이 궁극적으로 가장 올바른 판단이리라는 확신 하에서다.
그런 점에서, 톰 크루즈가 '친절한 크루즈씨'로서 스타의 마지막 단계를 밟고 있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런 건 비극도 아니고, 안타까운 일조차 아니다. 그는 '다음 단계'로 가고 있는 중이다. 그런 식의 '다음 단계' 비전을 산업 내 여러 지점에서 차곡차곡 쌓아가야만 하는 게 현재 한국대중문화산업이 고민해봐야 할 길이다. 모두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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