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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논문 1편 성과급 5억 더 바빠진 교수들

daseut 2007. 10. 17. 08:47
뉴스: 논문 1편 성과급 5억 더 바빠진 교수들
출처: 조선일보 2007.10.17 03:23
출처 : 사회일반
글쓴이 : 조선일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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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일 세계적인 세포 신호전달체계 분야 권위자 이서구(64) 이화여대 석좌교수가 동물 실험실에서 연구원들과 함께 실험을 하고 있다. /정경열 기자 krchung@chosun.com
대학가에 교수 스카우트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대학사회에 연공서열보다 연구성과를 중시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프로야구 선수들처럼 교수들이 실력에 따라 연봉과 대우가 결정되는 것도 일반화되고 있다.

◆“스타 교수를 모셔라” 스카우트 경쟁

15일 오전 연세대 상경별관 회계원리 수업시간. 70여석의 좌석이 학생들로 가득 찬 가운데 뉴욕시립대에서 6년간 교수로 재직하다 이번 학기부터 연세대로 온 문두철 교수가 영어로 강의하고 있었다. 문 교수는 이번 학기 연대 경영대가 스카우트한 교수 중 한 사람. 김태현 경영대학장은 “스타교수들을 모셔오기 위해 지난 4~5년간 수도 없이 전화를 하고 직접 외국에 나가 만나서 설득했다”며 “학교 간 우수 교수 모시기 경쟁이 전쟁처럼 치열하다”고 말했다. 연세대는 올해 단과대학에 ‘스타교수 유치 위원회’를 만들고 수시로 해외 신문에 광고를 내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종합과학관 C동 세포신호전달연구센터는 세계적인 세포 신호전달체계 분야 권위자 이서구(64) 석좌교수를 위한 건물이다. 이 교수는 지난 2005년 미국국립보건원(NIH) 활동을 접고 억대 연봉 등 파격적인 대우를 받고 이화여대로 스카우트됐다. 이 교수는 자리를 옮기면서 ‘연구를 전담할 수 있는 빌딩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제시했고 학교측이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지하 1층 지상 5층인 이 건물에 그의 연구실이 있고, 교수 32명을 포함 157명의 연구원이 일한다. 이 교수는 “복도가 없고 시야가 탁 트인 실험실 구조는 내 의사가 많이 반영된 것”이라며 “센터에서 근무할 직원들을 채용할 권한도 학교로부터 받았다”고 말했다.

포항공대(포스텍)의 경우 2006년 5월 벨기에 겐트대학에서 디 쿠만(De Cooman) 교수를 영입했다. 자동차 강재(鋼材)분야의 석학인 쿠만 교수에게 포스텍은 최대 3억원의 연봉과 5억원의 연구비 지원, 세계 최고수준의 연구 인프라 지원을 약속했다.

다른 학교로 스카우트된 교수들에게는 다양한 혜택도 주어진다. 성균관대의 경우 2004년 서울대에서 경제학부 박준용 교수를 특채하면서 강의는 1학기에 6학점만 맡도록 했다. 연구에 집중해 달라는 얘기다. 같은 시기 서울대에서 특채한 수학과 채동호 교수에게는 연구실 1개를 추가로 제공했으며 같은 분야 교수를 채용할 때는 채 교수의 의사를 반영해 일종의 인사권도 줬다. 서울대 역시 앞으로 특채를 활성화해 학과장이 직접 뽑고 싶은 교수를 선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계획이다.

◆논문 1편에 5억원 인센티브

15일 오후 경원대 ‘비전선포 및 비전타워 기공식’. 이길여 총장이 “세계 3대 유명과학저널(사이언스, 네이처, 셀)에 표지 논문을 게재할 경우 인센티브로 최고 5억원까지 지급한다”고 발표하자 교수와 학생 등 800여명이 참여한 행사장이 갑자기 웅성거렸다. “한국 대학이 주는 성과급 중 최고 수준”이라는 데 놀라는 반응이었다.

교수 스카우트 바람은 대학사회에 연구실적에 따른 인센티브 제도로 이어지고 있다.

경북대는 최근 사이언스와 네이처에 논문을 발표할 경우 1억원의 장려금을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부산대는 3대 유명 과학저널에 논문 1편을 발표할 경우 1000만원의 인센티브를 준다. 고려대와 연세대 경영대는 세계 톱(top) 수준의 저널에 논문을 게시하면 건당 2000만원씩까지 수당을 주고 있다.

대학가에 ‘붐’이 일고 있는 영어강의도 교수 인센티브와 연결돼 있다. 포스텍 교수들은 3학점 영어강의를 하면 학기당 200만원씩을 더 받고, 고려대 교수들은 새로 영어강의를 시작하는 학기에 200만원을 지원받는다.

그 대신 요즘 교수들의 일과는 공부의 연속이다.

성균관대 법대 정상현 교수의 평균 퇴근시간은 밤 11시다. 주말에도 연구실에 나온다. 지난 2004년 영남대에서 성대로 옮긴 뒤에는 일상화돼 버린 일이다. 강의도 해가면서 하루에 5시간 이상 개인 연구에 할애하자면 어쩔 수 없다. 정 교수는 “논문 실적 등이 부담된다”며 “수업시간에 학생들한테 ‘교수들이 너희보다 더 늦게 남아 더 열심히 공부를 한다’는 얘기를 자주 한다”고 말했다.

고려대 정보경영공학부는 1년에 SCI급 논문 3편을 쓰도록 교수들에게 요구하고 있다. 논문 한 편을 써서 권위 있는 학술지에 게재되는 데 2~3년이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평생 계속해서 연구에 매달려야 하는 셈이다. 이철웅 조교수는 “논문 한 편 게재 절차를 밟는 동안 그 다음 논문을 쓰고, 동시에 그 다음 논문 계획을 세우는 식”이라며 “결과적으로 밤에 연구하고 주말에 논문을 쓰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포스텍 화학공학과 이건홍 교수는 “연봉도 문제지만 자존심이 걸린 문제가 아니냐”고 말했다.


2007년 10월 9일 이서구 이화여대 분자생명과학부 석좌교수가 실험실에서 연구원들과 함께 일하고있다. /정경열 기자